저는 코딩을 한 줄도 못 합니다. 그런데 홈페이지를 직접 고치고 배포합니다. 글 146편이 쌓여 있고, 애드센스가 붙어 있고, 어제도 첫 화면을 새로 만들었습니다.
가능했던 이유는 제가 똑똑해서가 아닙니다. 순서를 지켰기 때문입니다. 그 순서를 그대로 공개합니다.
먼저 — 어떤 길로 갈 것인가
| 방법 | 비용 | 자유도 | 누구에게 |
|---|---|---|---|
| 완성형 서비스 (블로그·홈페이지 플랫폼) | 무료~월 얼마 | 낮음 | 빨리 시작하고 싶은 분 |
| 무료로 배포되는 소스를 받아 쓰기 | 대부분 무료 | 높음 | 조금 손대볼 각오가 있는 분 |
| 처음부터 직접 만들기 | 시간 | 최고 | 시간이 아주 많은 분 |
저는 두 번째입니다. 무료로 배포되는 소스를 받아서, AI를 시켜 제 것에 맞게 고쳐 쓰고 있습니다.
⚠ 시작하기 전에 — 라이선스부터 보세요
이게 제일 중요합니다. 저작권으로 72만원 물어본 사람으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.
무료로 배포되는 코드라고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게 아닙니다. 제가 쓰는 소스에도 이런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.
- 코드 재판매·재배포 금지
- 대행 상품에 끼워 파는 것도 금지
두 번째 조항이 무섭습니다. 저는 "홈페이지 제작 대행" 같은 서비스를 팔 생각이었는데, 그 소스를 끼워서 팔면 위반입니다. 그래서 제 사이트의 서비스 소개 문구 자체를 바꿨습니다.
무료라는 말과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말은 다릅니다.
``` 아래 프로젝트의 라이선스를 확인해라.
[프로젝트 주소 또는 받은 파일 안의 LICENSE·README]
이렇게 정리해라.
- 상업적으로 써도 되는가
- 고쳐서 써도 되는가
- 남에게 다시 나눠줘도 되는가
- 이걸 포함한 서비스를 팔아도 되는가
- 출처를 표시해야 하는가
애매한 조항은 "애매함"이라고 쓰고, 원문을 그대로 인용해라. 지어내지 마라. 라이선스 파일에 없는 내용을 추측으로 채우지 마라. ```
4번을 꼭 물어보세요. 이걸 안 보고 대행 상품을 만들면 나중에 되돌릴 수 없습니다.
1단계 — 소스를 받았으면, 고치기 전에 파악부터
받자마자 고치기 시작하면 반드시 깨뜨립니다. 먼저 지도를 그리게 하세요.
``` [역할] 너는 코딩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안내자다. [상황] 방금 이 소스를 받았다. 나는 코딩을 모른다. 아직 아무것도 고치지 않았다.
[작업] 아래 순서로 조사해서 보고해라. 파일은 하나도 고치지 마라.
- 이 프로젝트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세 줄로
- 화면에 보이는 것들이 각각 어느 파일에서 만들어지는지
- 데이터(글·이미지·설정)는 어디에 저장되는지
- 어떻게 인터넷에 올라가는지(배포 방법)
- 되돌리는 방법이 있는지
[금지] 파일을 고치거나 만들거나 지우지 마라. 이번엔 읽기만 해라. 모르면 지어내지 마라. 확인 못 한 건 "확인 못 함"이라고 써라. ```
"이번엔 읽기만 해라" 를 꼭 넣으세요. 없으면 묻지도 않고 고쳐놓습니다.
2단계 — 건드리면 안 되는 곳을 먼저 정하세요
이게 제 방식의 핵심입니다. 저는 여기에 제일 공을 들였습니다.
``` 지금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, 앞으로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것 목록을 만들어라.
이런 것들이 후보다.
- 글 주소(URL) 구조 — 바꾸면 그동안 쌓인 검색 순위가 다 날아간다
- 검색엔진 인증 태그 — 지우면 검색에서 사이트가 사라질 수 있다
- 광고 코드 — 지우면 수익이 멈춘다
- 기존 글 데이터
- 로그인·관리자 기능
각 항목마다 "왜 건드리면 안 되는지"와 "실수로 지워졌는지 확인하는 법"을 같이 써라. ```
그리고 그 목록을 작업 폴더의 CLAUDE.md 라는 파일에 적어두세요. 클로드 코드는 일할 때 이 파일을 먼저 읽습니다. 매번 설명 안 해도 됩니다.
제 것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.
```markdown
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것 ⚠
- ❌ 기존 URL 구조 — 바꾸면 쌓인 검색 색인이 다 깨진다
- ❌ <head>의 검색엔진 인증 메타태그
작업 후 이 두 줄이 그대로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보고할 것
- ❌ 기존 글 데이터·관리자 기능·검색 기능
- ❌ 애드센스 코드·ads.txt
```
3단계 — 고쳐도 되는 구역을 나누세요
남의 소스는 대개 "여기까지는 손대도 되고, 여기부터는 안 된다"가 있습니다. 없으면 직접 정하세요.
``` 이 소스에서 내가 고쳐도 안전한 구역과, 손대면 위험한 구역을 나눠라.
- 화면 디자인·문구처럼 고쳐도 되는 곳
- 데이터 처리·주소 연결처럼 건드리면 전체가 멈추는 곳
파일 이름과 줄 번호로 표시해서 표로 만들어라. 그리고 이 구분을 CLAUDE.md 에 적어라.
앞으로 위험한 구역을 고쳐야 하는 요청이 오면, 바로 하지 말고 먼저 나에게 알려라. ```
저는 이 덕분에 "새 메뉴 하나 추가하는 것"이 위험 구역이라는 걸 미리 알았고, 대신 원래 있던 기능(카테고리 분류)을 이용해서 같은 결과를 냈습니다. 위험한 길로 안 가고 돌아간 겁니다.
4단계 — 배포 전 자가검증. 이게 제일 값어치 있습니다
사람 기억을 믿으면 언젠가 사고가 납니다. 고칠 때마다 자동으로 검사하게 만드세요.
``` 배포하기 전에 자동으로 검사하는 스크립트를 만들어라.
검사 항목:
- 검색엔진 인증 태그 두 줄이 그대로 있는가
- 광고 코드 자리가 그대로 있는가
- 글 주소 형식이 안 바뀌었는가
-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구역이 원본과 글자 하나까지 같은가
- (내가 추가한 것들이 실제로 화면에 나오는가)
각 항목을 OK / FAIL 로 출력하고, 하나라도 FAIL 이면 배포를 멈춰라.
앞으로 새 기능을 만들 때마다 이 검사에 항목을 하나씩 추가해라. ```
제 검사는 지금 62개 항목입니다. 처음엔 다섯 개였습니다. 사고가 날 때마다 하나씩 늘렸습니다.
`` OK 구글 인증 유지 OK 네이버 인증 유지 OK 애드센스 코드 자리 유지 OK 글 URL 형식 유지 OK CORE 무변경 ... 전부 통과 ``
이 화면을 보고 배포하는 것과, 그냥 배포하는 것은 마음이 다릅니다.
5단계 — 되돌리는 법을 먼저 만들어두세요
``` 작업하기 전에 되돌리는 방법을 먼저 준비해라.
- 파일을 고치기 전에 항상 .bak 백업을 남길 것
- 배포한 것을 이전 버전으로 되돌리는 명령을 알려줄 것
- 그 되돌리기를 더블클릭 한 번으로 되게 만들어 줄 것
되돌리는 방법이 확인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고치지 마라. ```
저는 폴더에 1_배포하기 와 2_되돌리기 두 개를 만들어 뒀습니다. 겁이 없어야 손을 댑니다. 되돌릴 수 있으면 겁이 없어집니다.
6단계 — 배포하고 나서
``` 배포한 뒤 실제 주소를 열어서 아래를 확인하고 보고해라.
- 인증 태그 두 줄이 화면 소스에 그대로 있는가
- 내가 요청한 것이 실제로 보이는가
- 기존 글 주소 몇 개를 눌러서 404 가 안 나는가
캐시 때문에 옛날 화면이 보일 수 있으니 주소 뒤에 ?_cb=아무숫자 를 붙여서 확인해라. ```
마지막 줄이 중요합니다. 저는 이걸 몰라서 "왜 안 바뀌지" 하고 한참 봤습니다. 바뀌어 있었는데 캐시가 옛 화면을 보여주고 있었을 뿐입니다.
전체 순서 정리
```
- 라이선스 확인 ← 여기서 안 걸러내면 나중에 못 돌린다
- 읽기만 하고 구조 파악 ← 고치지 마라
- 금지 구역 정하고 CLAUDE.md 에 적기
- 안전 구역 / 위험 구역 나누기
- 배포 전 자가검증 만들기
- 되돌리기 준비
- 그다음에야 고치기 시작
```
1번부터 6번까지는 화면에 아무 변화도 없습니다. 답답합니다. 그런데 이걸 건너뛰면 7번에서 사고가 나고, 사고 한 번이면 앞의 시간을 다 잃습니다.
저는 이 순서를 지키고 나서부터 홈페이지를 겁 없이 고칩니다.
마지막으로
남의 소스를 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. 다들 그렇게 시작합니다.
부끄러운 건 라이선스를 안 보고 쓰는 것입니다. 무료라고 다 되는 게 아니고, 특히 그걸로 뭘 팔 생각이라면 반드시 먼저 확인하세요.
저는 남의 방송 캡처 여섯 장에 72만원을 물었습니다. 조회수는 300이었습니다. "이 정도는 괜찮겠지"가 제일 비쌉니다.
느려도 안전한 걸로 쌓으세요. 그게 결국 제일 빠릅니다.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