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자동화하려면 API 키가 있어야 한다"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. 저는 API 키 없이 만든 게 더 많습니다. 그리고 그게 더 쉬웠습니다.
이 글에는 제가 실제로 쓴 지시문과, 몇 번 물려가며 만든 규칙이 들어 있습니다.
API 없이 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
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.
| API 방식 | 브라우저 방식 | |
|---|---|---|
| 필요한 것 | 개발자 등록, 키 발급, 심사 | 평소 쓰는 로그인 |
| 막히는 곳 | 심사 반려, 권한 부족, 키 만료 | 화면이 바뀌면 다시 맞춰야 함 |
| 되는 서비스 | API를 여는 곳만 | 웹으로 되는 건 거의 다 |
| 비개발자 난이도 | 높음 | 낮음 |
브라우저 방식이 핵심입니다. 사람이 딱 한 번 로그인해두면, 그 로그인 상태를 저장해뒀다가 계속 재사용합니다. 그 다음부터는 프로그램이 사람 대신 클릭하고 붙여넣고 저장을 누릅니다.
제가 블로그 다섯 개를 이 방식으로 굴립니다. API 키는 하나도 없습니다.
이렇게 시킵니다
`` [역할] 너는 코딩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주는 안내자다. [목표] [사이트]에 글을 자동으로 올리고 싶다. API 키는 안 쓰고, 내가 평소 쓰는 로그인을 그대로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. [환경] 윈도우. 파이썬은 깔려 있다. 그 사이트 계정은 있다. [수준] 나는 코딩을 모른다. 용어가 나오면 한 번씩 풀어서 설명해라. [순서] 한 번에 한 단계씩. 내가 "됐다"고 하기 전엔 다음으로 넘어가지 마라. 먼저 로그인 상태를 저장하는 것까지만 하고 멈춰라. [확인] 각 단계 끝에 "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법"을 붙여라. [금지] 모르면 지어내지 마라. 없는 명령어나 없는 메뉴를 만들어내지 마라. 확실하지 않으면 "확실하지 않다"고 먼저 말해라. ``
이 일곱 칸이 전부입니다. 이걸 채우면 성공률이 확 올라갑니다.
마지막 칸을 빼지 마세요.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메뉴 이름을 알려줍니다. 저는 이것 때문에 하루를 날렸습니다.
"먼저 ~까지만 하고 멈춰라" 도 중요합니다. 한 번에 다 시키면 뭐가 어디서 틀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. 잘라서 시키면 틀린 지점이 바로 보입니다.
제일 중요한 것 — CLAUDE.md 를 먼저 쓰세요
이게 제가 배운 것 중 제일 값어치가 있습니다.
작업 폴더에 CLAUDE.md 라는 파일을 하나 만들어두면, 클로드 코드가 매번 그걸 먼저 읽습니다.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됩니다. 그리고 매번 같은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.
제가 실제로 쓰는 규율입니다. 그대로 복사해서 쓰셔도 됩니다.
```markdown
작업 규율
- 모르면 묻기 — 구조·의도를 가정하지 말고 먼저 질문할 것.
- 가장 단순한 해법 먼저 — 요청 안 한 기능·추상화를 만들지 말 것.
- 외과수술식 수정 — 시킨 부분만. 나머지는 그대로 둘 것.
- 성공 기준 먼저, 끝나면 검증 — 완료 조건을 말하고, 끝나면 그 기준으로 점검 보고.
- 파괴적 작업 금지 — 삭제·이동·초기화는 먼저 물어보고, 수정 전 .bak 백업.
- 운영자는 비개발자다. 쉬운 한국어로 설명할 것. 보고는 짧게.
보고 방식
- 답의 첫 문장이 결론이어야 한다.
- 증거 없는 얘기는 보고에서 뺀다. 추측·미검증 수치 금지.
- 같은 상태 요약을 매번 반복하지 않는다. 한 일과 결과만.
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것
- [여기에 본인 것을 적으세요]
```
3번(외과수술식 수정)이 제일 자주 저를 살렸습니다. 이게 없으면 한 군데 고쳐달라고 했는데 멀쩡한 데까지 "개선"해놓습니다.
5번(.bak 백업)도 마찬가지입니다. 되돌릴 수 있으면 겁이 없어집니다.
그리고 "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것" 칸을 꼭 채우세요. 저는 여기에 검색엔진 인증 태그, 광고 코드, 기존 주소 구조를 적어뒀습니다. 이거 하나가 날아가면 몇 달 쌓은 게 사라집니다.
작업 로그를 남기게 하세요
``` 작업이 끝날 때마다 [경로]/작업로그.md 맨 위에 한 줄 추가해라.
형식: [날짜 시각] 무엇을 했는지 | 결과: 성공/실패/보류 | 왜 그렇게 했는지·뭘 알게 됐는지
- 진행 상황을 말로 반복하지 말고 이 파일에 남겨라
- 실패한 것도 남겨라. 실패가 더 쓸모 있다
```
실패를 남기는 게 핵심입니다. 저는 이 로그 덕분에 "예약 발행이 안 되던 원인이 캡차가 아니라 디스크였다"는 걸 다시 헤매지 않고 찾았습니다.
물려본 것들 — 미리 알려드립니다
1. 응답이 성공이라고 실제로 된 게 아니다
프로그램이 "올렸습니다" 라고 해도 실제로는 안 올라가 있을 수 있습니다. 예약이 안 걸렸거나, 설정 하나만 바뀌었거나.
올린 뒤에 다시 조회해서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넣으세요.
`` 쓰기 작업이 끝나면 반드시 다시 읽어서 확인해라. "응답이 200이니까 됐다"로 넘어가지 마라. 확인 결과를 보고에 포함해라. ``
2. 에러 메시지와 진짜 원인은 멀리 떨어져 있다
예약 발행이 계속 실패했습니다. 캡차인 줄 알고 며칠을 헤맸는데 원인은 디스크가 꽉 찬 것이었습니다.
``` 에러가 났다. 아래를 그대로 붙여넣는다.
[에러 메시지 전체]
이렇게 답해라.
- 이게 무슨 뜻인지 초등학생한테 설명하듯 두 줄로
- 가능성 높은 원인 세 개를 확률 순서로
- 1번 원인부터 확인하는 방법 (명령어까지)
- 아니면 그 다음, 순서대로
한 번에 하나씩. 내가 결과를 알려주면 다음으로 넘어가라. ```
3. 자동 실행 시각은 아무 때나 잡으면 안 된다
서비스마다 하루 한도가 초기화되는 시각이 다릅니다. 저는 아침에 돌리다가 계속 막혔는데, 알고 보니 그 시각엔 아직 어제 한도였습니다.
"이 서비스의 한도는 언제 초기화되는지"를 먼저 물어보세요.
4. 파일 인코딩
윈도우에서 자동 실행 파일(.bat)을 UTF-8로 저장하면 한글 경로가 깨집니다. 한글이 들어가면 CP949로 저장해야 합니다. 이거 하나로 반나절 날렸습니다.
클로드 코드에 붙여 쓰면 좋은 것들
클로드 코드에는 스킬이라는 게 있습니다. 특정 작업을 잘하게 해주는 설명서 묶음입니다. 제가 실제로 붙여 쓰고 있는 것들입니다.
| 스킬 | 뭘 해주나 |
|---|---|
| agent-browser | 브라우저를 직접 열어서 클릭·입력하게 해줍니다. API 없이 자동화할 때 씁니다 |
| web-design-guidelines | 웹페이지를 만들 때 촌스럽지 않게 잡아줍니다 |
| design-taste-frontend | 디자인 감각이 없어도 결과물이 봐줄 만하게 나옵니다 |
| image-to-code | 화면 사진을 주면 그대로 코드로 만들어줍니다 |
그리고 문서 만드는 기본 스킬들(워드·엑셀·PPT·PDF)은 따로 안 붙여도 대개 있습니다. "이 내용으로 PDF 만들어줘" 하면 그냥 됩니다. 저는 전자책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.
스킬을 찾을 때 던지는 말입니다.
``` [하려는 일]을 하려고 한다. 클로드 코드에 붙일 수 있는 스킬 중에 이 일에 도움이 되는 게 있는지 알려줘라.
- 없으면 없다고 해라. 억지로 만들어내지 마라
- 있으면 어떻게 설치하는지 한 단계씩 알려줘라
- 설치 후에 뭐가 달라지는지도 말해줘라
```
정리 — 순서대로 하시면 됩니다
- 작업 폴더를 하나 만든다
- 그 안에
CLAUDE.md를 만들고 위 규율을 붙여넣는다 - "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것" 칸을 채운다
- 일곱 칸 틀로 첫 지시를 던진다
- 로그인 저장까지만 시키고 멈춘다
- 확인되면 다음 단계
- 끝날 때마다 작업 로그를 남기게 한다
한 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. 저는 두 달 걸렸습니다. 그런데 두 달 뒤에는 코딩을 여전히 못 하는 채로 스무 개를 굴리고 있었습니다.
마지막으로
남의 것 퍼오는 자동화는 만들지 마세요.
저는 방송 캡처 여섯 장으로 72만원을 물었습니다. 조회수는 300이었습니다. 자동화는 속도를 곱해줍니다. 위험한 걸 자동화하면 위험도 같이 곱해집니다.
느려도 안전한 걸로 쌓으세요. 그게 결국 제일 빠릅니다.


